강용찬 (목원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새로 취직을 하거나 조직의 책임자로 취임하면 우선 그 조직의 조직문화와 관행을 익히느라 시간을 보낸다. 새로운 포부와 계획은 나중 일이다. 직급을 구분하지 않고 조직의 고참들은 신참자를 조직문화에 익숙하도록 안내한다. 연수도 하고 실습도 한다. 조직문화와 관행이 규칙과 매뉴얼에 충실한 것이라면 당연히 익히고 따라야 할 것이다.

문제는 선택적이고 재량권이 주어진 일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여기서 능력의 차이가 드러나고 그 조직에 대한 기여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거창하게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직업관을 인용할 필요도 없다. 한 사람이 그 조직을 통해서 자기 성취를 이루고 조직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지가 여기서 결정된다. 구태의연한 멸사봉공이나 선공후사같은 명언을 떠올릴 필요도 없다. 우리 사회가 개인의 행복과 성공을 우선하는 체제지만 진정한 성공은 이타적 사회공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재량권이 주어진 일을 공정하고 정직하게 처리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최고 책임자가 인사권을 행사할 경우 조직을 위한 마음으로 불편부당하게 공정한 인사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금전 처리와 관련해서는 더 어렵다. 대외거래를 할 때 은밀하게 주어지는 리베이트의 유혹을 뿌리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영리 기업들 간의 거래에서는 서로 주고받는 관행일 수 있지만, 공직자가 받는 리베이트는 뇌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직급에 따라서 주어지는 업무추진비(속친 판공비)를 제대로 공적인 업무비용에만 쓰기란 더 어렵다. 영수증 처리하는 경우도 그렇지만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경우까지 정말 사익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주어진 한도금액까지는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고 허용되는 것이 관행이어서 그 씀씀이를 부추기기도 한다. 고참 직원들은 은밀하게 공금을 이용하여 사익을 취하던 관행을 알려주기도 한다.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관계 규정에 따라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지만, 일반 기업의 경우 공개 여부는 자율적이다. 공공기관 웹사이트를 보면 기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공개되고 있다.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불투명한 업무추진비 사용이 제한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되지 못한다. 어느 장관 후보자가 검증과정에서 대학 총장 시절 판공비(업무추진비)를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이 드러나서 낙마한 일이 있었다. 전임자들도 그렇게 해온 것이 관행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예산이 부족하여 국정원의 특활비를 전용해서 사용하던 관행이 논란이 되기도 하였고, 어느 국회 상임위원장은 책정된 특활비 잔액을 가정 생활비로 썼다고 고백해서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결국 집행하는 사람의 자세로 귀착된다.

새로 일을 맡은 사람은 앞 사람이 했던 관행이라고 해서, 조직문화라고 해서 따라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판단해서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관행을 뿌리칠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일시적으로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진정한 이익이 될 수 있다. 앞 사람이 갔던 길을 따라가면 편할 숭 있다. 그러나 그 길이 낭떠러지로 가는 길일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중국 한나라 5대 황제 문제는 가의라는 충신이 올린 상소를 명심하며 명군이 되었다. 상소는 전차복 후차계(前車覆 後車戒), 앞의 수레가 뒤집어진 길을 뒤 수레는 명심하라고 하였다. 조직 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이 새겨들어야 할 경구이다. 아름다운 조직문화는 키워나가야 하겠지만 잘못된 관행은 나부터 고쳐나갈 각오로 일한다면 그는 분명히 성공의 길을 걷게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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