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준(흥사단 이사, 흥사단 전국청년위원회 위원장)

흥사단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사회 다양한 공동체에서 세대 간의 갈등, 분열이 벌어지고 있다.

굳이 정확한 수치와 자료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그저 느낌만으로도 확실하게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객관적인 지표를 확인하자면,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실시한 ‘2018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정치적 이념갈등 87%, 경제적 갈등 82% 다음으로 세대갈등이 6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이스라엘 다음으로 사회통합지수가 낮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1995년도에도 최하위 수준이었으며 약 20여 년간 큰 변화 없이 최하위 수준을 지켜온 것이다. 이러한 세대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 갈등의 역사와 함께 다양하게 이뤄져왔다. 그리고 판단의 배경에는 각 주체들에 대한 좀 더 세밀한 이해가 요구된다.

20, 30대 청년들을 밀레니얼 세대라고 설명하곤 한다. 이들은 주로 1982년에서 2000년 사이의 태어난 신세대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SNS와 같은 정보통신 기술에 능하며 세계를 배경으로 광범위한 경쟁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짧은 인생 속에서 IMF, 2008년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 대통령 탄핵까지 겪었다.

앞으로 기계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시대에 살수도 있다. 이들은 단 한 번도 역사 속에 주인이지 않았다.
 
이와 반대로 선배층은 전후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키고 자신의 젊음을 국가와 함께 시대에 녹여낸 경험이 있다. 풍족하진 않지만 복원되는 공동체를 보며 흐뭇해했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반민주적인 행위에 피를 흘렸다. 자신의 삶보다 더 나은 삶, 공동체를 위해 노력해온 점을 청년층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은 굉장히 첨예하다.

청년층은 ‘꼰대문화’에 반감을 갖고 있고, 선배층은 5천년 전 피라미드의 벽화에도 남아있지만 요즘 ‘젊은 것’들은 희생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애들로 생각한다.

세계일보와 오픈서베이가 지난 1월 청장년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은 세대갈등의 원인을 ‘노인의 가부장적인 태도’ 66%,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계기 부족’ 50%, ‘세대갈등은 필연적임’ 48%의 순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선배층에서는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계기 부족’ 60%, ‘고령화로 인한 청년층 부담 증가’ 56%, ‘정보기술 발달로 인한 기술 격차’ 55% 순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청년층은 해결방법으로 ‘노인 세대의 변화’ 60%, ‘노인들을 위한 재교육 시스템’ 54%, ‘고령화 시대에 대비’ 46% 순으로 제시했다.

선배층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 67%, ‘노인들을 위한 재교육 시스템’ 59%, ‘노인 세대의 변화’ 57% 순으로 해결방법이라 생각하고 있다.
 
앞의 조사에서 유의미한 공통적인 결과는 상호 이해의 계기를 마련하고 재교육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마치 남북의 관계처럼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은 누가 손을 먼저 내밀건 그 시도는 굉장히 유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근본적인 이해와 존중을 위한 학습의 계기도 굉장히 부족하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 필수적인 삶의 태도이며, 3대 시민운동을 하는 흥사단에게 있어 미래지향적 태도이기도 하다. 향후 평화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더 다양하고 이질적인 사람들과 함께할 유토피아를 함께 그려야 한다.

흥사단은 세대갈등을 해결하는 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 다만 특정 세대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한쪽 세대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또한 폭력적인 일이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사회와 내가 관계를 맺어온 결과이며 경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사회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이며 잠재적인 문제로 존재하지만 문제를 드러내고 전환하기 위해선 실제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갈등은 관리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갈등을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 상상력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평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지난 3월 26일 흥사단 3회장과 청년단우 간의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선배 단우들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공식적인 간담회였으며, 약 25명의 청년, 선배 단우가 참여한 가운데 허심탄회한 자리가 만들어졌다. 청년층은 무엇이 어려운지, 선배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기대를 하는지 조금은 마음이 무겁더라도 흩날리는 우리의 말들은 하나의 희망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했다. 서로의 이야기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하나의 문화로 잡기 위해선 계속 토해내야 한다. 상상력은 함께함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역사 속 흥사단은 늘 시대적 요구에 대한 도전을 받아왔다. 세대갈등 또한 흥사단의 시대적 숙제라 여겨진다. 고령화 사회는 필연적이며 이에 대한 도전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청년층은 선배들은 그저 배척하지 말아야 하며, 선배들은 청년층을 또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 우리의 첫 출발은 누군가가 손을 내미는 것이다.

영화 ‘은교’의 대사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극 중 이적요(박해일 분)는 이런 말을 남긴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우리의 젊음은 영원하지 않기에 소중하며 밝게 빛난다.

하지만 그 빛이 유일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미래 또한 어두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흥사단이 목표로 하는 ‘정의롭고 행복한 공동체’를 위한 노력에는 성별도 나이도 상관없이 그 누구에게도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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