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일본 메이죠대학 교수

‘한일 재생가능에너지 전문가 Workshop’을 계기로

작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금세기 중 지구 기온을 산업혁명 이전 온도 대비 최소한 2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파리협정을 체결하였다.

아울러 각국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2030년 자발적인 감축목표(INDC)를 발표하였는데, 한국과 일본 모두 2010년 배출량 대비 20% 전후 삭감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2030년까지의 전력계획의 경우, 한일 양국 모두 원자력과 화석에너지가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는 20% 수준에 불과하여 인류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공존이 어려운 전원구성(power generation mix)으로 되어있다.

한일 양국 모두 2030년의 전원구성에 있어서 여전히 원전과 화석에너지가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전력 비용을 상승시키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일 양국 모두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어느 정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빠른 기술 진보에 따른 가격 경쟁력,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통한 지역의 에너지 자립과 고용 및 경제 활성화, 그리고 화석에너지로부터의 탈피를 통한 에너지 안보 등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장점들이 단지 단기적인 비용 측면만의 평가로 간과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생긴다.

현재 EU에서는 2030년에 전력의 4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을 50%로 설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2030년에 전력의 40%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이 선진국들의 목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일 양국 모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기대하고 있는 선진국의 역할을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저탄소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 정책은 무엇인지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2030년까지 ‘탄소 제로 섬’을 천명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적극 전개하고 있는 제주도에서 한국과 일본의 우수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한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최근 한일 양국이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있어 새로운 제도 전환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이 늘어나는 등 일정의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양국 모두 대규모 태양광발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소규모 지역밀착형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보급이 미미한 수준이다.

금번 회의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환경가치 외에도 지역부가가치 창출 등 지역가치를 조명하고, 소규모 신재생에너지가 비즈니스 모델로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한일 제주 회의의 특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담당자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시민운동가, 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그동안 제도 전환의 성과와 과제를 각각 비교 분석하고 앞으로 지역형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는 데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를 통해 기후변화 억제에 기여하고, 지역의 고용과 경제 활성화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자원전쟁을 방지함으로써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평화연구원과 일본 토요타재단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한일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관한 전문가 회의가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탄소 없는 섬’의 비전은 제주도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전세계적 선도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알리는 매우 의미 있는 목표이므로 반드시 달성하기를 소망한다. 다만 2030년까지라면 이제 15년 정도밖에 시간이 남아있지 않은데, 이 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담당자들의 확고한 리더십과 흔들림 없는 정책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소 없는 섬’의 추진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의 상대적 가치를 높이고 관련 인프라 정비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 가격 책정(carbon-pricing), 즉 탄소세의 도입이 바람직하다. 탄소세는 중앙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나,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환경대책을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세를 도입할 수 있는 지방환경세가 활성화되어 있다. 특별자치도인 제주도에 독자적으로 탄소세 도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정비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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